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에 나오니 아티스트들이 쓰는 용어가 너무 달라 혼동이 왔습니다. 대중음악에선 쓰는 용어가 달랐고 작업방식도 너무 달라 내가 배운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작곡과에서 무엇을 배웠고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의외로 좋은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대 작곡과 가야할까요? 제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장점
1. 작곡과에 가면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운다. 대위법과 푸가 훈련, 악식론훈련, 오케스트레이션이 대표적이다. 학교에 따라 전자음악영역까지 배운다. 이 기술들을 제대로 학습했다면 영화음악, 예술음악을 구현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2. 기본기를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다. 화성학, 피아노, 청음, 작곡이 일반적인 입시 범위인데 미리 기본기를 익히고 입학한다고 보면 된다.
3. 작곡 외적인 커리큘럼이 있다. 음악사, 미학, 철학 같은 커리큘럼이다. 쓸 때 없다고 생각하는 학습자들도 있으나. 학생에 따라선 이 과목을 학습하며 작품 아이디어를 얻거나 학습방향성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이 과목을 독학으로 공부하는 작곡가가 거의 없는 만큼 사람에 따라선 매우 유용할 수 있다.
4. 선, 후배들이나 기악, 성악 등의 다른 전공학생까지 음악으로 교류할 수 있다. 졸업 후에도 이 인맥은 매우 도움이 된다.
5. 현대음악을 다루어 봤기 때문에 음악작품 중에 감상이 불가능한 곡은 없다. 단 이는 학사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이다.
6. 어쿠스틱 악기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피아노, 학교에 따라서 국악기까지 배운다.
7. 의외로 선배들이 대중음악에 진출한 경우가 많다. 마음만 먹으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고 대중음악 진로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단점
1. 현재 통용되는 스튜디오음악, 대중적 트렌드는 전혀 배우지 못한다.
2. 대중음악에 진입하려면 몇몇 용어들과 작업방식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작곡과에서 다루는 이론은 대중음악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
3. 작곡과에서 직접적으로 작곡기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자기가 공부하고 쓴 곡을 선생님들과 레슨하며 수정해 나갈 뿐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배우며 쓰는 작품들은 거의 대학 내에서만 유통되고 소비된다. 현대예술계가 활성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운 것으로만 일반적인 사회 진출을 꿈꾸기 어렵다. (순수예술을 다룬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4. 진로는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곡으로 진로를 잡는 일과 내가 곡을 계속 쓸지의 여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5. 졸업생들 중 절반에서 절반 이상은 음악으로 먹고 살지 않는다.
6. 대중음악 시장을 비롯한 음악시장 전체의 유통구조, 공연시장의 유통구조, 마케팅, 등 상업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돈 벌이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커리큘럼은 오로지 곡을 쓰는 훈련밖에 없다.
7. 교수님들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예술분야에서 작품활동, 작품발표를 계속 하신 분들이다. 음원출시, 스튜디오레코딩, 뮤지컬 같은 분야와 거리가 멀다. 만일 이 분야로 가고 싶다면 1학년 때부터 별도로 관련 분야 사람들을 만나고 배워야 한다.
8. 플러그인 악기, 대중음악악기는 거의 배울 수 없다.
기타
1. 작곡과 내부에서 유행이 있다. 이는 현대예술 영역의 현대음악 작곡가와 작품들, 그리고 기악과 학생들의 주요 레퍼토리, 선생님들의 수업 등이 복합적으로 만나 유행을 이루게 된다. 학교별 성향이나 유행은 학교의 졸업연주회, 정기연주회에서 잘 드러난다.
2. 대학에선 학풍을 가르친다. 기술을 배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학풍이 기술보다 더 위력을 발휘한다. 대학은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곳이다.
작곡 입시를 준비하려고 한다면? 이 글들을 참고하세요.
https://comproject.tistory.com/93
https://comproject.tistory.com/94
https://comproject.tistory.com/131
https://comproject.tistory.com/66
https://comproject.tistory.com/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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