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을 좋아하는 사람은 합창곡에서 여러 성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화려함을 즐길 것입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할렐루야'에서 여러 파트가 만들어 내는 화려한 진행과 웅장한 매력은 대위법으로 구사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위법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현업 작곡가 중에서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대위법은 클래식 작곡과 입시에서도 다루지 않으며 학부과정에서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위법(Counter point)은 하나의 선율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정선율(주선율)이라 명명합니다. 정선율이 있은 다음, 이 선율에 맞춰 움직이는 다른 선율을 만드는 방법이 바로 대위법입니다.
대위법으로 만드는 선율의 개수는 정선율을 포함해 보통 3~4개(3~4성)가 일반적입니다. 5개, 6개 까지 있기도 합니다. 바로크 음악에 정통한 어느 교수님은 6성까지 들린다고 하시긴 했는데 일반적으로 4성 이상 듣는 관객은 거의 없습니다.(심지어는 전공자들도 대부분 처음 듣는 곡은 4성을 완벽하게 듣지 못합니다.)
이런 선율더하기 방식은 바로크 음악에서 꽃을 피우고 정점을 이룹니다. 그리고 Bach가 이 음악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줍니다. 그 이후로는 대위법이 음악의 전면에 등장하진 않습니다.
그러면 바로크를 안 할거면 대위법은 필요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후기 낭만, 심지어는 현대음악에서도 대위법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곡들이 많습니다. 엄격대위법부터 자유대위법, 푸가의 기초가 탄탄한 작곡가들은 현대음악을 써도 그 아이디어를 잘 구현해 냅니다. Beethoven은 현악4중주와 교향곡에서 푸가를 쓰기도 했습니다. 말년에 대위법에 심취하여 그와 같은 작품을 구현해 낸 것입니다. 또한 M. Ravel은 Le Tombeau de Couperin M.68(쿠프랭의 무덤) 2번곡에 Fuga를 추가합니다. 이 푸가는 정통 대위법은 아니지만 후기낭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5UuB4sPbkU 감상은 여기서)
그렇다면 대위법은 왜 학부과정에서 배우기 시작하고 화성학 만큼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까요?
화성학의 예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화성학의 중요성은 클래식 음악에서 나타납니다. 화음을 진행하는 방법이나 배치하는 방법에서 궁합이 잘 맞습니다. 화성학은 철저히 18-19세기 클래식 음악 양식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전성기를 이루는 18-19세기 음악양식은 클래식 작곡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이 되므로 화성학을 무조건 배워야 합니다.
대중음악을 하는 분들도 배워두면 쓸모는 있습니다. 화성학적 아이디어를 음악 중간에 배치시킬 수 있습니다. 의외로 대중음악에서 화성학 아이디어를 간간히 들을 수 있습니다.
대위법은 16-17세기 음악양식의 기초를 이루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 전체에 통용된다기 보단 바로크 시대의 음악 양식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워두면 쓸모는 있으나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클래식 작곡가라면 3성푸가는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선율간의 유기적인 만남, 모방, 발전 등 선율을 다루는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3개의 선율을 다뤄봄으로 다성음악적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대위법이 화성학 안으로 들어와서 역할을 하는 곡들도 많고, 선율적 아이디어 중간에 대위법적 진행도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수직적인 화성덩어리에 선율적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로 대위법이 위력을 발휘합니다.
대위법의 아이디어는 고전, 낭만, 후기낭만, 심지어는 현대음악에 이르기 까지 많은 작곡가들이 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음악이나 합창음악을 작곡하고 싶다면 공부 하는 것을 권합니다.
정리
대위법은 하나의 선율에 다른 선율을 추가하는 방법을 공부한다.
대위법에선 무조건 원래 선율이 있어야 한다.
16~17세기 바로크 양식에 특화되어있다.
요즘엔 대위법이 위력을 발휘하진 않지만 대위법적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응용되고 있다.
배워두면 도움이 된다. 클래식작곡가는 3성푸가는 구사해봐야 한다.
화성학엔 이미 대위법적인 요소가 깔려있다. 화성학은 18~19세기 양식에 맟춰져 있다.
따로 공부 안하고 스킵하고 넘어가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대위법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ttps://comproject.tistory.co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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