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곡을 쓰는 작곡가란?
작곡가들은 청중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과
청중이 지루할 틈이 없게 하는 음악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Q1 청중의 공감을 사려면?
A1 예측이 쉬워야 한다.
미술이나 조각, 문학은 이해가 될 때까지 공간이 기다려줍니다. 문학은 다시 페이지를 건너뛰어 부분을 들으면 됩니다. 그런데 음악은 어떨까요? 지금이 레코딩이 어려운 19세기 중반이라 가정해본다면 작곡가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인’을 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초기의 고전 소나타 형식의 곡은 도돌이표를 써가면서 제시부를 2번에 걸쳐 반복하여 들려줍니다. 이런 반복패턴으로 2번째 첫 주제가 다시 나오면 청중은 서서히 주제선율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B’파트가 전개됩니다. 대체적으로 ‘B’파트는 제시부를 발전시키거나, 앞에서 제시된 주제와 상반되는 다른 주제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A파트로 돌아옵니다. 돌아왔을 때 청중은 확실하게 주제선율을 인식하고 음악의 전개를 충분히 감상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렇듯 반복은 청중이 음악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장치라 볼 수 있습니다.
Q2 청중이 지루하지 않으려면
A2 예측이 어려워야 한다.
반복이 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음악회장 곳곳에서 하품이 나올 것입니다. 이미 청중이 예측하는 요소가 많다면 청중은 새로움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루함’, ‘진부함’ 만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중이 예측하기 어렵게 선율을 배치하고 화음을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끝나는 척 하며 끝나지 않거나, 돌아가는 척 하며 돌아가지 않는 등 청중이 예측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구성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다룬다면 청중은 음악에서 ‘새로움’과 재미를 느낄 것입니다.
이 두 방법의 문제점은?
청중에게 충분한 반복을 들려주지 못하면 청중은 음악을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복되는 패시지는 곡의 안정감을 더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청중의 각인을 위해 반복을 늘리거나 안정적인 진행만 추구한다면 곡이 진부해지고 색다른 것이 없을 것입니다.
조성이 가진 성격
조성음악은 12개의 반음에 대응하는 장조와 단조로 총 24개의 조성이 있습니다. 어떤 으뜸음(Tonic)으로 시작하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클래식 작품에서 24개의 작품 모음집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성마다 가지고 있는 느낌이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이 조성들도 작품의 소재로 쓴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요?
조바꿈(전조)의 활용
곡을 반복해야 할 때, 또는 강조해야 할 때 전조는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같은 선율인데도 조바꿈하나만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처음 곡을 쓰는 친구들이 조바꿈을 하는 것을 보면 종종 목적이 없는 조바꿈을 봅니다. 굳이 조바꿈을 하지 않아도 될 때 하는 경우가 많고, 조바꿈된 조성이 음악적 설득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바꿈을 해야 하는 상황은 거의 음악 형식과 맞물립니다.
A - B 처럼 형식틀이 완전히 바뀔 때 다른 조성으로 이동합니다.
또는 일시적으로 프레이즈단위에서 조바꿈을 하여 곡의 분위기를 새롭게 할 때도 있습니다.
조바꿈을 많이 하면?
중심이 되는 조성을 계속 흔드는 효과가 일어납니다. 조성을 흔들게 되면 청중은 다른듯 다르지 않는 음악을 감상하게 됩니다. 이런 요소 하나만으로도 조바꿈은 청중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 반복의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게 하는 좋은 도구로 쓰입니다.
조바꿈의 방법은
A 조성 공통요소
공통요소 B조성~~
위처럼 A, B로 조바꿈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간에 교집합이 되는 공통요소(화음, 음 등)를 두어 조바꿈을 시행합니다. 이것이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위처럼 진행하지 않고 갑자기 B조성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반음계적 전조로 B조성으로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바꿈의 조건 중 하나는 '조성확립'에 있습니다. 조성이 확립되려면 I, IV, V화음이 나와야 합니다.(또는 ii, iii, vi)이 화음들이 나온다는 것은 곧 그 조성의 모든 구성음이 나옴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조성이 확립되었음을 귀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기 낭만시대에서는 이 조성확립을 하지 않고 화음들이 관계성만 유지하고 여기저기로 마구 이동합니다. 이렇게 되면 화음은 조성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가지 색채로 쓰이게 됩니다. 그러나 청중이 조성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칫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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