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연주회를 처음 가는 관객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분명히 곡이 끝났는데 관객들이 박수를 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곡에서는 끝난 뒤에 박수를 우렁차게 칩니다. 왜 청중들은 박수를 골라서 쳤을까요?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암호가 있을까요? 이 글을 다 읽어보신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서양의 문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요리가 한꺼번에 나오진 않습니다. 처음에 수프부터 시작하고 샐러드 종류가 나온 뒤에 본 요리가 2개정도 순차적으로 나오고 그 다음 디저트의 순서로 식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백반집을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반찬이 동시에 한상가득 차려집니다. 완전히 벗어난 주제 같지만 이것은 사실 음악하고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서양의 문화는 현재의 대한민국과 크게 다릅니다. 시간이라는 단위, 예술을 표현하는 길이, 관점이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입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클래식 곡들은 작품하나가 30분~1시간 정도의 분량을 지닙니다. J.S. Bach의 ‘마태수난곡’은 총길이가 3시간에 달하며, Handel의 오라토리오 Messiah 도 대략 2시간 30분입니다. 요즘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의 길이는 어떨까요? 2~3시간 분량의 작품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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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정말 오랜 세월에 걸쳐 악기는 성악의 보조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노래의 보조역할에서 벗어나 춤의 보조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춤은 상류 귀족의 문화에 녹아 있는 것으로 하나의 모임(연회 등)에서 4종류의 춤이 등장합니다. 춤들은 전부다 고유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곡들이 바뀌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4개정도의 곡이 한 묶음이 되곤 했습니다.
늦게 발달하기 시작한 기악음악
지금은 전자악기를 넘어 컴퓨터로 연주하는 가상악기, 심지어 AI와 딥러닝 기술을 응용하여 컴퓨터가 연주를 직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악기는 우리 일상에서 접하기 쉽고, 음악 하면 자연스레 악기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기악음악은 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늦게 발달한 음악입니다. 서양음악의 역사를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가정해보면 (사실 이것보다 더 오래되었을 것입니다.) 6000년 정도의 역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기록이 있는 고대 그리스부터로 산출하면 대략 2600년입니다. 이 역사를 통털어 기악음악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0년 전입니다.
왜냐하면 악기 제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음정을 내는 것이 어려웠고 소리도 그리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악음악은 악기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 때 부터 발달하게 됩니다.
기악음악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기악곡의 구조를 이해하면 박수의 고민은 없어집니다.”
각기 다른 주제를 이야기 한 이유
서양의 문화, 시간(긴시간), 춤(4개), 그리고 기악곡... 이것이 서양음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기악곡은 상당히 늦게 발달 되었고, 그전에 노래의 반주에서 춤의 반주로 전환이 됩니다. 춤의 반주는 곧 성악이 빠진 순수 기악곡을 의미합니다. 기악곡의 출발이 여기서부터 비롯된다고 봐도 좋습니다. 초기의 기악곡은 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알르망드, 쿠란트, 사라반드, 지그 같은 춤의 장르를 묶음으로 하여 등장합니다. 고전시대에 와서는 미뉴에트가 여기에 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 안에 3~4개의 독립적인 악곡이 등장하는 것이 정착되어 바로크-고전시대에 양식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소나타’입니다.
모음곡 vs 소나타
몇 개의 춤곡을 결합시켜서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 사례는 16세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음곡의 시초가 된 곡들은 나라별 춤에서부터 기인합니다. 지그는 영국, 독일은 알라망드, 스페인은 사라반드 등 각 나라의 춤을 표현한 음악이었습니다. 점차적으로 이런 양식은 독립적인 기악곡으로 발달하여 4개를 하나로 하는 모음곡이 되었고, 후에는 모음곡의 타이틀이 없어지고 작품으로 고착화 됩니다.
작품을 구성하는 각 춤곡들은 ‘악장’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고 각 악장은 점차적으로 춤곡의 영향에서 벗어나 음악의 구조를 표현하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악장은 곡의 일부입니다.
“뒤에 다른 악장이 남았을 때 박수를 치는 것은 곡 중간에 박수를 치는 행동입니다.”
악장간의 박수를 치는 것은 곡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거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주회에선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악장간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실내악곡은 대부분 악장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악장 구조를 가지지 않은 모음곡은 어떨까요? 이것은 연주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주자가 모음곡의 일부만 발췌하여 1~2곡만 연주하는 곡은 개별곡처럼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면 됩니다. 그런데 모음곡을 전체를 연주한다면 악장처럼 개별곡들을 부분으로 다루면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곡이 끝났을 때 박수를 보내면 됩니다.
곡 하나 하나가 모여 작품을 전체를 이루는 것을 안다면 어렵지 않은 개념입니다. ^^
덧붙임
그래도 모르겠다면?
곡이 끝나도 박수를 치지 않고 기다립니다.
연주자가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면 박수를 칩니다.
연주자는 악장 중간에 관객에게 인사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햇깔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간혹 악장 끝나고 연주자(혹은 지휘자)가 퇴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연주자가 인사를 하지 않으면 박수를 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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