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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교양

말러의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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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으로 가는 길목은 어디일까? 조성음악의 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할 때, 나는 무조성음악을 접하며 늘 의문이 많았다. “왜 이런 음악이 나왔을까? 현대음악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답을 얻기 위해 여러 자료와 강의를 찾아다녔다. 어떤 이는 드뷔시를, 또 어떤 이는 민속음악을, 혹은 스크리아빈, 스트라빈스키, 바르톡을 그 출발점으로 꼽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장단조 체계를 조금씩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후기 낭만시대의 극단적인 반음계법이나, 조성 체계를 뒤흔든 바그너의 음악 역시 현대예술로 가는 한 갈래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말하기엔 부족했다. 역사 속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지만, 진정으로 시대를 바꾸는 음악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고민 끝에 우연히 들었던 음악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7번이었다.



말러와의 만남

말러는 1번 교향곡 *‘타이탄’*에서 강렬한 대비와 힘 있는 진행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7번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조성이 확립되지 않고, 선율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마치 피카소와 마티스의 그림에서 보이는 해체와 재구성처럼, 말러의 음악도 조성과 선율이 해체되고 다시 조립되는 것처럼 들렸다.

그 순간 나는 말러의 교향곡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는 베토벤과 바그너를 향한 존경이 담겨 있다. 합창의 아이디어, 드라마틱한 화성 진행, 급격한 대비의 기법이 모두 스며 있다. 또 말러의 교향곡은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특히 8번 교향곡은 ‘천인의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거대한 편성과 합창을 자랑한다. 말러의 교향곡을 감상하는 일은, 영화관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각오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말러의 음악을 관통하는 주제는 ‘삶과 죽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딸을 잃었으며, 자신 또한 심장병을 앓았다. 그는 늘 삶과 죽음을 마주해야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했던 말러



그래서일까. 말러의 교향곡은 인생의 여정과 닮아 있다.
• 1번 *‘타이탄’*은 거인이 깨어나듯 모든 고난을 극복하는 인간의 힘을 그렸다.
• 2번 *‘부활’*은 죽음의 두려움에서 이상향을 향한 부활의 길을 노래한다.
• 5번과 6번은 인생의 즐거움과 비극을 오가며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 *‘대지의 노래’*에서는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드러난다.
• 미완성으로 남은 9번 교향곡에서는 이별과 작별의 정서를 담아낸다.

말러의 음악에는 늘 어두움과 밝음이 공존한다. 삶을 향한 의지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체념이 교차하며,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진실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말러는 당대에 지휘자로 명망이 높았습니다.


결론

말러의 교향곡은 결코 쉽지 않은 음악이다. 처음 듣는 이에게는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그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마치 인생을 압축해 체험하는 듯한 울림을 얻게 된다.

음악이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말러는 그 거울에 가장 진솔한 얼굴을 남긴 작곡가다. 동시에 그는 낭만주의의 마지막에 서서 현대음악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말러 이후의 음악—쇤베르크와 제2빈악파, 그리고 20세기 작곡가들의 새로운 시도—는 그의 해체와 재구성의 정신을 이어받아 꽃피웠다.

그래서 말러의 교향곡을 듣는 일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체험이자, 음악사의 큰 전환점을 함께 경험하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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